상주천주교신앙고백비에서 만난 신념과 고요의 기록
흐린 오후, 상주 청리면 들판 끝자락에 자리한 상주천주교신앙고백비를 찾아갔습니다. 논 사이 좁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니 멀리 돌비석이 하나 고요히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그 속에서도 묵직한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비석이 아니라, 신앙을 지켜낸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상징물이라 그런지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졌습니다. 주변 풍경이 탁 트여 있어 비석이 더욱 돋보였고, 비문을 마주하자 오래된 흔적 속에서 인간의 신념과 용기가 오롯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시끌벅적한 관광지와는 달리, 이곳은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1. 시골길 끝에서 만나는 조용한 비석
청리면 중심부에서 약 10분 정도 차를 몰고 들어가면 ‘상주천주교신앙고백비’라는 작은 표지판이 나타납니다. 마을길을 지나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농로로 이어지는데, 길 폭이 좁아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비석 근처에는 차량 두세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초행이라면 네비게이션에 ‘청리성당’을 입력하고 도보로 5분가량 이동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입구는 낮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안내 표지와 설명판이 함께 세워져 있습니다. 평일 낮이라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만이 주변을 채웠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스러운 분위기에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2. 단정하고 절제된 공간의 인상
비석 주변은 과하게 꾸며지지 않아 오히려 그 소박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낮은 잔디 언덕 위에 세워진 비석 한 기와 주변을 감싸는 철제 울타리, 그리고 돌계단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그 단정한 배치 속에서 공간의 의도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울타리 안쪽의 바닥은 자갈로 고르게 채워져 있었고, 발소리가 닿을 때마다 잔잔한 마찰음이 들렸습니다. 안내문은 최근에 새로 교체된 듯 선명했고, 글씨체가 정갈해 읽는 내내 집중이 되었습니다. 하늘빛이 잔잔히 내려앉는 오후 시간대에는 비석 표면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시간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외형은 단출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3. 신앙의 결단을 새긴 흔적
상주천주교신앙고백비는 조선 후기 박해 시기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합니다. 비문에는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겪은 박해와 그 속에서도 신앙을 고백했던 이야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글자를 따라 손끝으로 더듬어 보니 깊게 새겨진 획마다 긴 세월의 무게가 전해졌습니다. 단순히 종교적인 상징을 넘어 인간의 양심과 신념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비석 뒷면에는 관련된 인물들의 이름과 세워진 시기가 함께 새겨져 있어, 후세에 그 뜻을 전하려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현장에서 들은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신앙의 목소리가 다시 울리는 듯했습니다.
4. 조용히 배려된 관람 환경
규모는 작지만, 주변 관리가 세심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안내문 옆에는 헌화대를 마련해 두었고, 청소 상태가 깨끗했습니다. 근처에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감나무 한 그루가 있어 여름에도 잠시 머물며 쉬기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울타리 주변에는 야생화가 자연스럽게 자라 있어 인공적인 느낌이 없었습니다. 별도의 화장실이나 음료 시설은 없지만, 마을 입구 쪽 ‘청리마을회관’에 기본 편의시설이 있습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장소였고,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인근 성당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정비를 해주신다고 들었는데, 그런 세심함이 공간 곳곳에 묻어나 있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보기 좋은 주변 코스
비석 관람을 마친 뒤,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상주성당’이 있습니다. 고딕 양식의 오래된 건물로, 지역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성당 내부는 조용하고 천장 아치 구조가 아름다워 사진 촬영을 하는 방문객도 많습니다. 또한 도보 거리에는 ‘청리저수지’ 산책길이 있어 비석 방문 후 잠시 걸으며 여유를 느끼기에 좋습니다. 저수지 주변에는 철새 관찰 포인트도 있어 계절에 따라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식사나 휴식을 원한다면 ‘청리면 찻집 아늑’이라는 작은 카페를 추천합니다. 한적한 농가 안에 자리해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관람의 여운을 정리하기 좋았습니다. 조용한 하루 코스로 구성하기에 무리가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상주천주교신앙고백비는 관광 안내소가 따로 없기 때문에 위치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문 시 각종 안내판을 통해 간략한 역사 설명을 읽을 수 있으나, 천주교 박해사 관련 자료를 미리 찾아보면 이해가 훨씬 깊어집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차량이 많을 경우 마을 입구에 정차 후 걸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비석은 야외에 위치해 있어 우천 시 관람이 어렵고, 겨울철에는 바람이 강하므로 방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봄과 가을이 가장 쾌적한 시기이며, 오전보다 오후 햇살이 부드러울 때 방문하면 비석의 질감이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조용히 사색하며 머물고 싶은 분들께는 평일 오후 시간이 특히 추천됩니다.
마무리
상주천주교신앙고백비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름 모를 신앙인들의 결단과 흔적이 비석 한 기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역사를 직접 마주하는 경험은 짧았지만, 그 의미는 오래 남았습니다. 화려한 유적지보다도 이런 작은 공간에서 진심을 느끼는 시간이 더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시 방문한다면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조용히 둘러보며 신앙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떠나는 길에 들판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여운처럼 남았고, 그 고요함이 오히려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었습니다.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이곳은 충분히 가치 있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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